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한다.
그 선택은 때로는 새로운 세상의 문이 되기도 한다.
미래를 예측할 능력이 있거나 짐작이라도 해볼 만한 투시안이 있다면 선택의 순간이 그리 어려울 것도 없겠지만, 그저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는 내일의 결과를 모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인생을 한 바퀴 돌아, 이 자리에 선 지금, 나의 선택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누구나 각자의 인생에 굴곡이 있고, 드라마가 있고, 영광도 따른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흔들리며 쌓아온 시간이 켜켜이 쌓여 우리 인생도 조금 더 단단해지고 그럴듯한 모습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게 된다.
나 또한 많은 선택을 하며 오늘 이 자리에 서 있다.
선택의 순간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몇 번을 제외하고는
늘 알 수 없는 결과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한 숱한 날들이 있었다.

고민할 겨를도 없이 오로지 살기 위해 내 뜻과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하기도 했다.
하고 싶었던 학업을 포기할 때나, 보장된 미래를 박차고 나올 수밖에 없었을 때,
공부가 하고 싶어서 건너간 미국 땅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성공적으로 사업기반을 잡을 때까지….
치열하게 고민하며, 세찬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그저 앞을 향해 나아갔다.

다행히 그런 선택들이 내 삶을 그다지 나쁜 방향으로 이끌지는 않은 듯하다.
더할 수 없는 나락처럼 느껴지던 일들이 오랜 시간을 지나 돌아보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그런 선택의 과정에서 내가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긴 한 가지는, 늘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앞을 향해 나갔다는 것이다.
모든 면에서 절제하고 낭비를 걷어냈다. 시간을 아끼고 쪼개 사용하며 오늘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의미 없는 일에 감정과 체력을 소모하지 않았다.
그리고 항상 검약하게 생활하려 애썼다.
시간을 아껴 공부하고, 일하고, 내가 하는 일의 최고가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재미없는 사람일 수는 있겠으나, 허튼 소리하는 사람이고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마음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한때는 파일럿을 꿈꿨다.
창공을 가로지르며 마음껏 비행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짜릿했다.
푸른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비행하는 고공행진도 좋지만,
낮게 날며 힘을 응축하는 순간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인생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깨닫는다.
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에너지를 응축하고 힘을 쌓는 과정이야말로 화려한 도약을 위한 시간이다.
우리에게도 낮은 고도로 힘을 응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갑자기 마음이 분주해진다.
저공비행, 도약을 향한 최선의 순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불안이 잠식했던 시간을 거쳐, 이제 더는 그런 불안으로 밤잠을 설치지 않아도 좋을 나이가 되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 몫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제 갈 길을 가고, 고지를 같이 넘은 아내와는 조용하고 편안한 미래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이제, 소박한 일상의 기쁨을 내 가까운 사람들과 누리고 싶다.
아내와 여행을 하고 아이들의 치열한 삶을 조용히 응원하고, 근사하게 나이 들고 싶다.
그만하면 모자람 없는 인생이 아닐까.

캐나다 밴쿠버에서